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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nna/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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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여객선의 출항이 모두 취소된 상황에서 그날 밤 인천항을 출발한 배도 세월호가 유일했다. 다음날 배는 침몰했다.

예견된 사고였다고, 가라앉을 수밖에 없는 배였다고 모두가 말했지만

그런 배를 탔다는 이유로 죽어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 라는 말로 일찍 못을 박았고 (..)

여론이 악화되자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그리고 울었다.(..)

선거에 출마한 여당 후보들의 외침도 한결같았다.(..) 울먹이며 절을 했다. 전부 거짓말이었다.


국정조사는 그걸로 끝이 났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이 그래서 화두가 되었다.

당신 누구야 소릴 들어가며, 퇴장을 당해가며 유가족들이 알아낸 것은

구조를 하지 않은 정부가 그에 대한 진실을 밝힐 의지도 전혀 없다는 사실이었다.


세월호는 선박이 침몰한 '사고'이자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 (..) 사고와 사건은 다르다. (..)

유병언은 사고의 책임자지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의 책임자는 아니다. 사건의 책임자는 따로 있다.


대상이 해경이든, 언론이건, 국정원이건, 청와대건... (..) 당신들은 너무 많은 거짓말을 했다. (..)

유가족들이 오열하는 앞에서도, 야 거짓말하지 말라고 씨발 년아 소릴 들어가면서도(..)

거짓말은 그 자체가 의도이고 사건이다.


내 구명조끼 입어... (..) 나는 그 말이 숨져간 아이들이 우리에게 건네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는 정치의 문제도 아니고 경제의 문제도 아니다.

한 배에 오른 우리 모두의 역사적 문제이자 진실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마지막 기회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우리는 눈을 떠야 한다.

우리가 눈을 뜨지 않으면 끝내 눈을 감지 못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눈먼 자들의 국가> p47~65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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