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덕이네 등장>
(아니리) 이 몹쓸 뺑덕이네가 심봉사 가산을 먹성질로 망하느디, 꼭 이렇게 망하것다.
(자진모리) 밥 잘 먹고 술 잘 먹고 고기 잘 먹고 떡 잘 먹고 벼 퍼 주고 고기 사 먹고 쌀 퍼 주고 떡 사 먹고 이웃집이 밥붙이기 동인잡고 욕 잘 허고 초군들과 싸움허기 잠자며 이 갈기와 배 긁고 발목 떨고 한밤중 울음 울고 오고가는 행인다려 담배 달라 실란 허기 술 잔뜩 먹고 정자 밑에 낮잠 자기 힐끗허면 핼끗허고 핼끗허면 힐끗허고 삐쭉허면 빼쭉허고 빼쭉허면 삐쭉허고 남의 혼인허랴허고 단단히 믿었난디 해담을 잘 하기와 신부 신랑 잠 자는디 가만 가만 가만 가만 문 앞에 들어 서서 불이야 이년의 행실이 이리 허여도 심봉사는 아무런 줄을 모르고 어떻게 미쳐 놧던지 나무칼로 귀를 에와가도 모르게 되었든가 보더라.
- 생각보다 진도가 빠르게 나갔다. 수업 두번에 통과할 지도.
- 뺑덕이네, 뺑덕어멈이라고도 하는데 가사가 재밌다. '밥붙이기'는 사람을 시켜 밥을 지어먹는 것을, '해담'은 남을 헐뜯는 것을 의미한다.
- 약간 랩과 노래 사이를 줄타기하듯 리듬을 타는 것 같달까. 후반부가 어렵다.
<이별가>
(아니리) 사당에 하직허고 이제는 아무리 생각하여도 부친을 더 속일 수 없는지라.
(자진모리) 심청이 거동보소. 부친 앞으로 우루루루루루루 "아이고 아부지" 한번 부르더니 말 못허고 기절한다 심봉사 깜짝 놀래 "에이? 악아 이게 웬일이냐 에이 얘가 오늘 아직 반찬이 좋더니 뭘 먹고 체했느냐 정신차려라 악아 아니 어뜬 놈이 봉사의 딸이라고 정게허더냐 말하여라 답답허다 말하여라" "아이고 아부지" "오야" "공양미 삼백석을 뉘가 저를 주오리까 남경장사 선인들께 삼백석에 몸이 팔려 오날이 행선날이오니 저를 망종보옵소서 어느 때나 뵈오리까" 심봉사가 이 말을 듣더니 어쩔 줄을 모르는구나.
(자진중중모리) "허허 이게 웬 말이냐 이것이 웬말이여 애비보고 묻도 않고 니 맘대로 허단 말가 못허지야 못해여 눈을 팔아 너를 살데 너 팔이 눈을 뜨면 뉘를 보랴 눈을 떠야 철모르는 이 자식아 애비설음 니들어라 너의 모친 너 낳고 칠일안의 죽은후어 앞 못 보는 늙은 애비가 품안에다 너를 안고 이집 저집을 다니며 동냥젖 억어멕여 게우게우 길러내어 이만큼이나 장성 묵은 근심 햇 근심을 널로 허야 잊었더니 니가 이것 웬일이여?" 벌써 선인들은 문전에 들어서 "심낭자 물 때 늦어가오." 성화같이 재촉허니 심봉사 이 말을 듣고 밖으로 우루루루루루루루 "에이 무지한 놈들아 장사도 좋거니와 사람 사다 제 지낸디 어디서 보았느냐 옛 말을 못 들었나 칠년대한 가물적의 사람 잡애 빌랴허니 탕 임금 어진마음 전조단발 신영백모 상림 뜰으 빌었더니 대우방 수천리나 풍년이 들었단다 사람 잡아 빌 양이면 내 몸으로 대신가마 돈도 싫고 쌀도 싫고 눈뜨기도 내사 싫다." 가삼 쾅쾅 뛰다려 목제비질을 덜컹 내리 둥글 치둥굴며 죽기로만 작정허는구나
- 진양조가 너무 어려웠던지라 자진모리 대목은 수월하게 진도를 뺐다. 자진중중모리가 어려울 듯.
- '이말을 듣더니 어쩔 줄을 모르는구나' 부분의 박자가 묘하다. '듣'이랑 '줄'에 강세가 있으면서 붙임표? 같은 게 붙은 느낌.
- '답답허다 말하여라' 부분의 발음이 이상하다, 입술에 힘을 빼라, ㅎ을 발음하지 말아봐라, 등등의 요구를 받았다. ...나는 모르것다.
- '웬말이야. 이것이' 사이는 빠른 3박, '웬말이여. 애비보고' 사이는 빠른 2박, 이후는 한박 내지 빠른 2박
- '철모르는 이 자식아' 부분 욕처럼 발음함 ㅎㅎ
- 한달만의 수업에서 선생님이 하산하라 하였다. 산에 오른 적이 없는데 어찌 하산할꼬.
- 요즘 연습을 못했다고 그새 큰 소리를 내는 것이 낯설다.
- 자진 중중모리는 흔치 않은 장단인데, (물론 내겐 늘 모든 게 새로운 장단이지만) 혼자 연습할땐 잘 맞던 것도 북 앞에선 말짱 도루묵이 된다.
- 탕 임금에서 임은 파동처럼 떨며 올라갔다 금은 계단처럼 내려오는데 이걸 빨리 하면 무슨 재주를 부리는 것만 같다.
- '수천리나 풍년이 들었단다'에서는 천~~ 박자가 어렵고, '풍'이 갑자기 뚝 떨어진다. '드러었'으로 3계단 내려오고.
- 전반적으로 박자가 빠르다 보니 신경쓰다보면 정신 가출.
<추월만정>
(진양) 추월은 만정허여 산호 주렴으 비치어 들 제 청천의 외기러기는 월하의 높이 떠서 뚜루루루루루 낄룩 울음을 울고 가니 심황후 기가 막혀 기러기 불러 말을 헌다 오느냐 저 기럭아 소중랑 북해사의 편지 전턴 기러기냐 도하동을 가거들랑 불쌍허신 우리 부친전으 편지 일장 전하여라 방으로 들어가 편지를 쓰랴헐제 한 자 쓰고 눈물 짓고 두 자 쓰고 한숨 쉴적 눈물이 먼저 떨어져서 글자마다 수묵이 되니 언어가 도착이로구나 편지 접어 손에 들고 문을 열고 바라보니 기러기는 간 없고 창망헌 구름 밖의 별과 달만 뚜렷이 밝았구나
- 제일 느린 장단인 진양조는 처음이라 박자 맞추기 너무 어렵다. 숨 넘어갈 듯.. 메트로놈으로 맞출 수 있는 게 아니라, 묘하게 박자에 끼워넣는다는 느낌이다.
- 그래서 북 소리에 더 귀를 기울였다. '쿵' 다음에 들어가는지, '따다닥' 다음에 들어가는지.
- 선생님의 선생님이 문화재가 되셨는데, 당신이 잘하신다 해서 잘 가르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말에 그 말 고대로 돌려드릴게요 라고 했다. 선생님은 손가락으로 박자를 세는 것과 소리를 동시에 하는 게 왜 어려운지 모르잖아! ㅋㅋ
- 좋은 소리꾼보다 좋은 고수가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 나를 잘 알고, 듣고, 맞춰주고, 기운을 건네는 고수를 소리꾼은 평생 못만날 가능성이 더 클 것 같다.
- 진양조는 확실히 감정적인 게 물씬 풍기고 진하달까. 에스프레소나 걸쭉한 느낌.
- 그림 실력을 갖춰야 할 것 같다. 한 주에 진도가 한 줄을 나갈까 말까 하고 있는 가운데, '월하의' '울음을' '울고나니' 3인방에 꽉 막혀버렸다. 음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오랜만에 "네?? 뭐라고요?? 네??"를 계속 외쳤다.
- 듣고도 무슨 음인지 모를 경우가 많다. 끝내는 따라하겠지만.
- 그려놓고 못따라부르기.
- 아, 여기서 음정은 또 별개의 문제.
- 물론 감정은 또 다른 문제.
- 마지막 한 문장만 남은 상황에서 여전히 박자는 어렵다. 성질 급한 거 다 나오는 터라 연습 때보다 꼭 한박자씩 빨라진다. 여유. 조급해지지 말 것.
- '한숨' '간 곳'의 수우움과 고오옷은 심봉사 눈뜨는 대목 중 제일 마지막 광며어어엉 이 부분이랑 같다. '으으으으으' 발견의 기쁨.
- 박자와 음정 모두 어렵다 보니 목소리 변성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니까 쌤 왈, "변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죠." 그래요, 뭐든 그렇죠.
- 가사를 음미하다보면 좀 먹먹해지곤 한다. 물론 난 감정 실을 여유는 없지만. 죽은 이에게 처음 편지를 쓴 게 언제였더라, 더듬게 된다.
- '월하의' 부분은 여전히 난관인데, 수업 끝나고 나오면 다시 헷갈린다. 월하아으으으으으에서 으으으으으가 파도처럼 / 치고 갔다 들어오는 모양인지, 아니면 돼지꼬리처럼 @ 구르는 모양인지. 아, 내는 소리에 차이는 없네요. 머릿속의 음을 당연히 구현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 맨 마지막 문장에 그리 많은 음이 숨바꼭질하고 있을 줄은 듣고도 몰랐네. '구르으으으으으으음'이라니. '벼어얼과아아아아아'라니. 그림도 못그리겠다.
- 어쨌든 진도는 다 나갔고, 첫 진양조 수업으로 느낀 건 진양조는 실력이 고스란히 드러나 어떤 꼼수도 부릴 수 없는 장단이라는 느낌이다.
- 추월만정에서 심청이 편지를 쓸 때 눈물에 젖어 글자마다 수묵이 되고, '언어가 도착이로구나' 라는 부분이 있는데 언어가 어디에 도착한다는 걸까, 도착이 무슨 의미일까 궁금했다. 倒錯이라는 한자로 글이 조리가 없다는 의미라고.
<심봉사 눈뜨는 대목>
(아니리) 그때여 심황후 분부허시되 네 여봐라 저 봉사 거주를 묻고 처자가 있나 물어보아라.
(창조) 심봉사가 처자 말을 듣더니마는 먼 눈에서 눈물이 뚝뚝뚝 떨어지며
(중모리) 예 소맹이 아뢰리다 예 아뢰리다 예 소맹이 아뢰리다 소맹이 사옵기는 황주 도화동에 고토허옵고 성명은 심학규요, 을축년 삼월달의 산후병으로 상처옵고 어미잃은 딸자식을 강보에다 싸서 안고 이집저집 다니면서 동냥젖을 얻어멕여 게우게우 길러내어 십오세가 되었는디 효성이 출천하여 애비눈을 띄운다고 남경장사 선인들께 삼백석의 몸이 팔려 오날이 죽은지가 우금 삼년이요 눈도 뜨지 못하옵고 자식만 팔아 먹었으니 자식 죽여 먹은 놈을 살려주어 쓸데 있소 당장의 목숨을 끊어주오
(자진모리) 심황후 기가 막혀 산호 주렴을 걷혀 버리고 버선발로 우루루루루 부친의 목을 안고 아이고 아부지 심봉사 깜짝 놀래 아니 누가 날다려 아버지여 아버지라니 이게 누구여 아부지 여태 눈을 못 뜨셨소 인당수 풍랑증의 빠져 죽은 청이가 살아서 여기왔소 아버지 눈을 떠서 소녀를 보옵소서 심봉사 깜짝 놀래 아니 심청이라니 이게 웬 말이여 내가 지금 죽어 수궁을 들어왔느냐 내가 지금 꿈을 꾸느냐 죽고 없난 내 딸 청이 여기가 어디라고 살어오다니 웬 말이냐 내 딸이면 어디 보자 어디 내 딸 좀 보자 아이고 내가 눈이 있어야 내 딸을 보지 아이고 답답허여라 어디 내 딸 좀 보자 심봉사가 두 눈을 끔쩍끔쩍 하더니마는 두 눈을 번쩍 떴구나.
(아니리) 심봉사가 눈뜸짐에 여러 봉사들도 따라 눈을 뜨는디
(자진모리) 만좌맹인이 눈을 뜬다 강원도 순창 담양 세갈모 떼는 소리라 쫙 쫙 허더니마는 일시의 눈을 떠버리는구나 석달동안 큰 잔치의 먼저 와서 참례하고 내려간 맹인들도 저의 집에서 눈을 뜨고 미처 당도 못한 맹인 중도에서 눈을 뜨고 가다 뜨고 오다 뜨고 서서 뜨고 앉아 뜨고 실없이 뜨고 어이없이 뜨고 홰내다 뜨고 울다 뜨고 웃다 뜨고 떠보느라고 뜨고 시원히 뜨고 앉어 놀다 뜨고 자다 깨다 뜨고 졸다 번뜻 뜨고 눈을 끔쩍거리다 뜨고 눈을 비벼보다 뜨고 지어비금주수까지 일시으 눈을 떠서 광명 천지가 되었구나
- 느린 곡조로 시작하자마자 감정이 무거워진다. 눈물이 뚝- 뚝- 뚝- 부분에선 내 심장도 뚝- 뚝- 뚝- 떨어진달까.
- '아뢰리다'는 아아아아↗3단계로 올라가고, 뢰애애↘2음이 내려온다는데.. 선생님 따라 '뢰애애'를 세번 복창했더니 세번째게 맞다 하신다. ..쌤, 저 똑같이 한거 아닌가요..
- 심봉사 눈 한번 뜨기 너무 어렵다. 젠둥.
- 채보를 대체 어케 해야는지.. 암호같은 기호를 그려놓고, 돌아서면 해독을 못한다.
- 듣기엔 구렁이 담넘듯 흘러갔으면서! 자세히 뜯으면 음이 대체 몇개가 있는 건지.. 밀어내고, 둥글게 굴리고, 끌어올리고 내리라는 발성? 표현 등도 모두 낯설다.
- 내 소리 듣는 사람은 얼마나 가소로울꼬.
- 들은 음을 기억하는 건 여전히 어렵다. 돌아서면 잊는 정도가 아니라 조금 전에 내뱉은 음조차 흔들리곤 한다. 쌤 앞에서 그 이상한 음들을 부끄럽지 않게 내뱉는 거에 조금 익숙해지고 있다. 이상한걸 알아야 연습할 수 있고, 연습하면 나아지니까. 쉽진 않지만 나아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야.
- '수궁'이 중요한 단어인가. 그 부분은 마치 현악기처럼 늘어진다. 숨넘어갈듯 "아이고 아버지~"를 좀 더 감정을 실어 부르라는데 아버지에게 감정이 없다보니.. 연기는 어려워.. 😂😂😂
- 나는 이제 소리를 끄는 부분만 나오면 저긴 또 어떠한 산맥을 그리게 되나 싶다. 음의 고저를 따라 오르락내리락을 그리곤 하는데 듣고도 못따라 그릴 때가 많다. 그리 후루룩 지나갔으면서 뭔 사이음이 그리 섞여 있을꼬.
- 심봉사 눈뜨는 대목은 약 7분 정도 되는데 끝까지 하고나면 힘들다. 몇 시간은 대체 어떻게.. - 모든 봉사들도 눈뜨게 해주는 건 좋지만, 거의 랩 수준이라 입에 붙을 때까지 계속 중얼중얼. - 북이랑 같이 연습하는 게 아니니 녹음해준 것과 조금만 달라져도 박자를 못맞춰 헤맨다.
- 친구에게 소리를 들려주었다. 초반 대목에서 "강보에다 싸서 안고 이집 저집을 다니면서 (야옹~) 동냥젖을 얻어멕여 (야옹~) 게우게ㅇ 얔!!!!!" 어쩜 사이사이 딱 맞춰 친구네 고양이가 추임새를 넣어주던지 눈물날 뻔 했다. 다른 동생에게도 전화로 소리를 들려주고 응원 받았다. 뿌듯.
- 1년여 만에 수업시간에 다시 불렀다가 한 대목 넘어가기도 쉽지 않았다. 아무리 이리저리 메모나 그림을 그린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고, 이땐 초기라 그림도 못그릴 때라 오로지 기억에 의존. 그때도 어려웠던 부분은 오늘도 틀렸고, 부르고 나니 배가 고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