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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nna/글

[여행기] 경주 모도리네 ② #꽃도룡


36. 안뇽 안뇽 도롱뇽?! 'ㅡ'/ 폭 자고 일어났는데 두들겨 맞은 것 같네. 꾹꾹이 좀 부탁하면 안될까?



37. 어제밤부터 빵냄새가 진동하더라니, 한껏 부풀은 네가 아침을 가져왔구나. 

모도리가 직접 쪼물딱 만든 모도리빵. 



38. 라즈베리, 우유, 마멀레이드, 복숭아 꽃이 피었다. 



39. 하룻밤 자고 나서일까. 다른 방 외국인 손님의 아침 식사에 이은 수다가 길어진다. 

영어에 대한 집중력 시간은 매우 짧아서 슬쩍 자리를 피해 짐정리를 한다.



40. 벚꽃 연줄을 따라,



41. 오리도 바쁜 계절이구나,



42. 입맛이 사르르 돈다. 몰랐다면 허름한 이 집 문을 그냥 지나쳤겠지.



43. 동네의 흔한 산책 코스. 

사람들 발이 만든 길, 어우러져 기대고 있는 모습들. 



44. 벚꽃은 마치 눈이 내린 것 같았다. 

봄 한 철, 만개한 벚꽃 아래로 긴 세월, 하얘진 머리의 노신사가 앉아 있었다.



45. 붉디 붉은 명자 언니,



46. 얼만큼의 시간일까. 얽히고 얽히는 연은. 



47. 할무이, 나 혼자 이만큼이나 올라왔어!!!



48. 좋은 날씨와 바람, 그리고 꽃과 나무, 공기내음, 아늑한 보금자리 모두 고마웠어.



49. 함께 걸은 길,



50. 함께 건넌 길, 



51. 혼자 돌아가는 길,



52. 그리고 기억에 남을 시간, 공간, 색, 내음들



53. 저리 서 있진 못하겠지. 긴 세월, 바랄 수 없지.



54. 잠시, 머물렀다 가는 거지. 내가 혹은 당신이.



55. 한, 사람. 에 대해 생각해본다. 

시시포스처럼 커다란 바위를 올리고, 또 올리고 있는.



56. 주저앉을지, 미끄러질지. 주저 앉아 쉴지, 신나게 미끄럼을 탈지.



57. 서울로 향하는 기차로 갈아타려는 순간, 가방끈이 풀어져버렸고. 예약한 기차표는 역방향이었다. 

일상으로 돌아오라는 신호인가. 



58. 풍경이 뒤에서 앞으로 지나간다. 나는 거꾸로 돌아간다. 등을 보인 채, 



59. 서울. 번지르르한 빛이 그득한 곳으로 돌아왔다.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니, 어쩌면 일상을 벗어난건지도 모르지.



60. 내 방. 짧은 경주 여행의 끝. 

그래도 오늘 밤은 배롱나무에 꽃피는 날의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배롱나무를 처음 알게 됐던 그 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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