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대한민국 서울 하늘 아래 하녀 한 명과(나), 친구 한 명(엄마),
꼬붕 한 명(오빠), 그리고 독재자(아빠)와 함께 살고 있다.
40평이 좀 넘는 이 집은 내게 때때로 좁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밖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행복에 겨웠구나, 로또야..)
이제부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나, 내 물건들을 소개해 주겠다.
이동장. 어제 맨날 상자를 가지고 오는 아저씨가 가져왔다.
예전엔 버버리이동장이라던가.. 그게 좋았는데, 꼬맹이 녀석을
빌려주더니 하나 더 필요하겠다며 언니가 샀다.
안에서도 밖에 보인댄다. 아직 한 번도 안들어가봤다, 나는.
뭐, 언니가 돈도 없는데 산거라고 궁시렁댄거니까.. 예전것보다
좋은지 한 번 봐줘야겠다.
이건 내 밥통! 사료가 들어있다. 언니는 그 많은 사료를 꽁꽁
숨겨 놓았다가 이 통에 담아 놓는다. 한 번 내가 발로 툭 쳐서
엎어버린 적이 있다. ....밥 굶는 줄 알았다....
이건 내 밥그릇과 물그릇. 오늘 언니가 밥그릇을 바꿔줬다.
밥그릇 깊이가 깊어서 턱에 여드름이 난대나? 난 뭐 상관없다.
항상 사료를 입에 물고 꺼내다가 밖에서 먹으니까.. 언니는 내가
밥 드럽게 먹는다고 맨날 뭐라 그런다. 그럴땐 그냥 귀를 접어
버리면 된다.
이건 내가 쓰는 모래. 제일 처음엔 이거랑 비슷한 타이디를 썼는데
어느날부터인가 온갖 곡물 냄새들이 나는 천연 모래를 다 써봤다.
그런데 올 여름엔 내가 생각해도 내 맛동산이나 감자 냄새 말고
모래에서 냄새가 심하다 싶더니만, 언니가 바꿨다.
감자가 잘 부서진다며, 청소할 때마다 언니가 궁시렁 대긴 하지만,
냄새도 그럭저럭 안나고.. 맨날 변기에 버리는 재미에 언니는
한동안은 이 모래를 쓸 것 같다.
내 화장실이다. 모래를 바꿔서 알갱이가 작아져서 언니 방을
조금 사막화를 만들었기로서니.. 언니가 머리를 짜냈다. (실은
아이디어 도용이면서..) 화장실 갔다가 철장을 밟고 인조잔디를
밟고 나오랜다.
난.. 화장실 입구에서 철장을 안밟고, 인조잔디도 안밟고, 대각선
으로 곧장 나올 수 있다. 언니는 모래 잡을려고 해놓은건데,
내가 그렇게 나오는 꼴을 보더니 할 말을 잃었다.
내 집이다. 내가 온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언니가 만들어 준
것이다. 총 비용이 2만원도 안들었지,아마? 그땐 캣타워가 어찌
생긴줄도 몰랐던 언니는 저렇게 투박한 모양으로다가 만들었다.
그럭저럭 지낼만 하다.
여기가 1층. 정면과 측면 약간의 구멍 빼고 어두컴컴하다.
속에는 언니가 이불을 깔아놨고, 내 장난감 몇 개를 꿍쳐놨다.
어두컴컴해서 가~끔 들어가곤 한다. 하지만 침대 밑이 더 좋다.
2층. 언니가 동굴처럼 만든답시고 상자를 연결해놨다. 정성이
갸륵해 두,세번 들어가줬다. 가운데 달려있는 필름통은 내가 애기
때 잘 가지고 놀던 것이다. 이젠 시시해서 안가지고 논다.
정면의 기둥이 내가 발톱을 제일 많이 긁는 곳. 얼마 전에 언니가
줄을 새로 감아줬다. 오~ 긁을 맛 난다.
3층. 맨날 컴질만 하던 언니가 어디서 구해온 것이다. 맨날 어디서
구해온다, 뭔가를. 등나무 하우스라며 맘에 들지 어쩌지 하며
날 안에 넣으려고 가진 애를 썼지만..
딱 한 번 들어가봤다. 좋아보이긴 하지만.. 내 취향이 아니다.
언니가 또 운다..
4층. 내 집 제일 위층. 여기 있으면 언니 키보다도 높다. 난 여기
있는게 제일 좋다. 내가 밤에 언니방에서 잘땐 꼭 여기서 잔다.
언니랑 침대 위에서 안자냐고? 그거야 애기때 얘기지. 다 컸는데
무슨.. 남사스럽다.
바구니가 이젠 좀 작은 듯 싶어서 밤에 잘 때면 몸을 여러 번 뒤척
여야 한다. 하지만 그래도 난 이곳이 제일 좋다. 내 첫 보금자리.
엄마방. 엄마방에서 잘 땐 저 이불더미들 위에서 잔다. 높이도
적당하고, 무엇보다 엄마를 감시하기에 편하다. 엄마가 게임을
하든지.. 잠을 자든지.. 난 항상 감시를 해야 한다. 엄마는 언제
나가버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침이면 저곳에서 내려와 엄마를
깨운다. 얼굴을 핥아주고, 살짝 깨물어주고.. 그릉그릉 서비스까
지 해주면, 언니는 언니방에서 혼자 운다.
언니방에서 내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곳! 언니방 베란다에는
책장이 가지런히 있었는데, 어느 날 언니가 엎고, 뒤집고 난리를
치더니 저렇게 굴곡이 생겼다. 당연히 나는 제일 높은 곳에 앉아
밖을 내다본다. 그리고 언니나 엄마가 청소기 악마를 돌릴때
피신해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저기 앉아서 언니나 엄마를 내려다
보면 기분이 찢어진다.
부엌 창문. 내가 좋아하는 장소 중에 하나다. 보이는 건 언니방에
서 보이는 거랑 비슷하지만, 그래도 여기도 여기 나름대로의 맛이
있다.
앞베란다.. 선망의 장소. 언니, 엄마가 깜박 잊고 문을 안닫고
외출했을 때나, 모두 잠들었을 때 등 호시탐탐 나갈 궁리를 한다.
저 열려진 문 밖으로 보이는 운동장에는 애들이 항상 뛰어다닌다.
가끔 종소리도 들리고, 공사도 하고, 시끌벅적 해서 볼거리가 많다.
근데.. 언니랑 엄마는 항상 저기를 나가면 혼낸다.
첨엔 혼내는 소리에 기겁해서 들어왔지만, 언니가 귀찮은지
언니방에 앉아서 들어오라고 소리를 지른다. 나도 귀찮아서 귀를
접어버린다.
내가 또 좋아하는 장소. 쇼파 밑. 최근에 엄마가 쇼파 덮개까지
사와 덮으셔서 더욱 좋아졌다. 모르는 사람이 오면 여기 숨는다.
여기 들어가면 언니가 팔을 뻗어도 안닿는다. 날 잡으려고 얼굴을
바닥에 찌부시킨 채, 손을 뻗어 버둥거리는 모습을 보면..
참.. 가관이다.
이로써 내 집, 아니 우리집이라고 하자. 우리집 중 내 영역에 대해
대충 설명을 했다. 아직 이곳 저곳 많으나.. 언니가 귀찮은지
날 쫓아다니며 설명을 듣다가 가버렸다. 게으른 하녀같으니라구..
난 잠이나 자야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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