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고,
핸드폰을 확인하고,
아무 버튼이나 눌러 죽여버리고,
업둥이와 로또가 눌러대고 있는 이불을 빠져나와
샤워하고,
젖은 머리 수건으로 둘둘 싸맨 채
옷 갈아입고,
선식 먹고,
애들 떵 치우고, 변기에 버린 뒤 물 버리고,
애들 사료 주고, 물 갈아주고.
이 닦고,
스킨 로션 비비 쳐발쳐발 하고,
드라이기로 머리 대충대충 말림질하고,
안경 바꿔끼고,
신발 신고,
현관문 열고,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고.
상상할 수 있는 그러한 일들을 하고.
일상 속의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웃고, 떠들고.
조금은 지루해하다가, 조금은 피식 웃다가.
조금은 피곤해하다가, 조금은 긴장하다가.
긴 하루가 끝나고.
집에 오면.
오자마자 밥 쳐묵고,
지랄하고 있는 업둥과 인사하고,
옷 갈아입고, 씻고,
스트레칭하고 고고 꿈나라.
자.
이제 어느 틈바구니에
나의 세계를 집어넣을까?
틈새를 벌리자.
살아 숨쉴 수 있도록.
욕망이 가득하고,
지도가 없는 그 곳을 찾아.
생각만해도 설레다니.
얼마든지 매저키스트가 되어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