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한국일보 2004-07-16
원문기사 : http://kids.hankooki.com/lpage/study/200407/kd2004071614211728020.htm
묘작도- 생생한 표정과 부드러운 털까지 세밀한 묘사 돋보여
묘작도(猫雀圖)는 고양이와 참새를 그린 그림입니다. 이 그림을 누구에게 선물하면 좋을까요? 고양이를 특히 귀여워하는 친구에게 선물하는 것도 괜찮겠지요. 옛날부터 개와 함께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온 애완 동물이니까요.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이 그림을 칠순을 맞은 분에게 선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목의 한자는 고양이 '묘(猫)'에 참새 '작(雀)'이지요. 고양이를 나타내는 한자 '묘(猫)'는 칠십을 나타내는 '모(耄)'와 발음이 비슷합니다. 그래서 칠순을 축하하는 그림으로 많이 그려졌습니다.
그럼 참새는 또 어떤 의미일까요? 참새는 부지런하고 활동적인 새입니다. 사람들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끊임없이 노래하며 먹이를 구하는 참새를 보고 참 밝고 명랑한 새라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참새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기쁜 일이 있을 걸로 알았습니다. 이런 선물을 받으면 틀림없이 기쁘고 행복하겠지요.
이제 그림을 천천히 살펴보겠습니다. 몸 아래쪽은 하얗고, 위쪽에 검은 줄 무늬가 있는 고양이 두 마리가 있습니다. 몸 색깔이 진한 고양이는 땅 위에 앉아 나무 둥치를 붙잡고 있는 고양이를 올려다봅니다. 마치 재롱을 부리는 아기 고양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듯합니다. 나뭇가지 위에는 여섯 마리의 참새가 있습니다. 갓 돋아난 나뭇잎들 사이를 이리저리 날아다닙니다. 따뜻한 봄날 재잘거리는 새소리가 화면에 가득합니다.
이 그림은 조선 시대의 화가 변상벽이 그렸습니다. 그는 고양이를 잘 그리기로 소문이 나서 별명이 '변고양이'였습니다.
그 별명답게 그림 속의 고양이는 마치 살아 있는 듯 표정과 동작이 자연스럽습니다.
등과 꼬리의 부드러운 곡선은 고양이의 유연함을 잘 나타냅니다. 수없이 가느다란 선으로 치밀하게 그린 고양이의 털은 역시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줍니다. 말랑말랑한 발바닥과 날카로운 발톱으로 나무 둥치를 껴안은 고양이의 자태와 금방 뛰어내릴 듯 장난기가 가득한 고양이의 눈도 재미있습니다. 고양이의 치밀한 묘사와 달리 나무의 표현은 한결 거칠고 시원합니다.
화가는 화면 속의 대상을 요령 있게 잘 배치하였습니다. 화면을 1 : 3 정도 좌우로 나눈 나무는 아래쪽 끝을 구부려 그림이 딱딱하지 않게 하였습니다. 고양이 두 마리를 화면 중앙에 놓아 중심을 잡되, 아래쪽 고양이를 크게 하여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화면의 오른쪽 가운데는 시원하게 비워 놓아 따뜻한 봄 기운이 충만하게 하였고, 그 허전함을 메우기 위해 그림 위쪽은 나뭇가지 사이를 날아다니는 가벼운 참새들을 그려 넣었습니다.
이와 같이 보기에 자연스러운 그림들은 사실 화가의 치밀한 계산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고양이하면 떠오르는 옛 이야기가 있습니다. 강원도 오대산에는 상원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조선 때 임금인 세조는 이 절에 예배하러 갔습니다. 법당으로 가는데 갑자기 고양이 한 마리가 튀어나와 임금의 옷자락을 붙잡고 늘어졌습니다.
"원, 이런 고약한 녀석을 보았나."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하도 끈질기게 옷을 놓지 않자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필시 사연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세조는 밖으로 나와 병사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습니다.
"여봐라. 법당 안을 샅샅이 뒤져라!"
놀랍게도 부처님을 모신 탁자 아래 자객이 있었습니다. 세조를 해치려고 칼을 품고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병사들은 자객을 끌어 내 꽁꽁 묶었습니다.
"놀라운 일이로구나."
세조는 그제야 자신의 목숨을 구한 고양이를 찾았으나, 이미 감쪽같이 사라진 뒤였습니다. 세조는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묘전(猫田)을 절에 내려 주었습니다. 묘전이란 '고양이의 밭'이란 뜻입니다.
또한 한 쌍의 고양이를 돌로 새겨 절에 세우게 하였는데, 지금도 이 절에 가면 법당 돌 계단 곁에 의젓한 고양이 석상이 놓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