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큰일(?)이 닥치면 그럭저럭 잘 이겨내는 성격이라 감정이
좀 뒤늦게 오는 편입니다, 나는. 어제는 그토록 울고, 또 울고나서
씩씩하게 밥을 먹었습니다. 웃기도 했고, 맨날 하던 일도 다 했습
니다. 그런데 계속 뽕이를 안고 있었던 가슴이 꽉 막혀왔습니다.
딱딱히 굳은 뽕이처럼.. 가슴이 딱딱히 굳어왔습니다.
오늘은 어제처럼 울진 않습니다. 내일은 또 오늘보다 더 울진
않겠지요.. 하지만.. 이런게 바로 눈에 밟힌다는 건가 봅니다..
그냥 문득 멍하니 있노라면, 뽕이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목이 많이 메입니다. 아직은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하지만.. 뽕이의 죽음을 슬퍼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너무나 감사
하고 기쁩니다. 녀석.. 얼마전에 무지개 다리 건넌 마메나 쫑아를
만났을까? 서로 얼굴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하녀들끼리는
아는 얼굴들이니까,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만나서 우리 얘기들도
하면서 신나게 뛰어 놀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같이 사는 존재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
했습니다. 그저 건강히.. 아프지 말고..
어제 돌아오자마자 로또를 찾았습니다. 찾아서 꼬옥 안아주었습니
다. 아는지, 모르는지 답답하다고 꾸에엑~ 하고 우는 녀석이 너무
나 사랑스러웠습니다. 로또는.. 따뜻했고.. 냐옹거리기도 했고..
싫다고 귀도 접고.. 장난치자고 혼자 우다다도 하고..
그러고보니 로또는 뽕이를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꼬맹이는 데려온 첫날 만났었는데.. 뽕이랑 로또랑 만나게 해주려
고 했는데..
마음은 아프지만.. 뽕아.. 정말 너를 만나 행복했단다..
오빠가 널 이뻐하는 모습에 나도 행복했고, 동생 꼬맹이랑 노는
모습에 나도 흐뭇했고, 먹어도 먹어도 또 밥달라는 네가 귀엽고
어이없고 그랬단다.. 후후..
널 닮은 아가를 다시 만날거라는 생각이 들어. 네 영혼을 닮은
아가가 다시 우리 곁으로 올거라 믿는단다..
오늘도 날씨가 참 좋습니다.. 가슴은 아프지만 참 행복합니다.
가슴 아픈 일을 겪었지만, 여지껏 그래왔듯이.. 씩씩하게 잘 이겨
낼겁니다. 난.. 뭔가를 잃거나 잊는게 아니니까요..
내게 아픔을 주었던 아이들로 인해.. 많이 강해지고.. 열심히 살
수 있으니까요..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너희를 기억하며..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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