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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nna/고양이

[하녀] 8/31 뽕이를 기억하며..

8월은.. 죽음과 관련된 달인가. 

생생한 태양과.. 바다와.. 여인들과.. 그런 활기찬 계절 아닌가..

오늘아침.. 문득 힘들었던 8월을 잘 보냈구나.. 안도하던 차에..

오빠한테 온 문자 한 통.. 뽕이가 안보여, 한시간째 찾고있는데..

순간 가슴이 철렁.. 별일이 아니겠지.. 사료통 흔들면 여느때처럼

시끄럽게 니야옹 거리며 나타나겠지..



내가 잠시 후에 들은 소식은.. 우리 작고.. 아직 아기인.. 뽕이의

죽음이었다. 2004년 5월 1일 늦은 봄에 태어나서.. 2004년 8월 31일

늦은 여름에.. 겨울 눈 한 번 보지 못하고 그렇게 무지개 다리를

건너버렸다. 마지막으로 본 것이 20일이던가..

개구지고.. 애교많고.. 똘똘하던 녀석.. 



오빠집으로 달려가면서.. 스무정거장이 넘는 전철역을.. 눈으로

하나하나 다 세어가며 갔다. 그럴수록.. 심장의 두근거림이 멎어

갔다.. 왠지 거짓말같았다. 현실같지 않고, 믿어지지 않는 사실..


내가.. 뽕이랑 꼬맹이 잠자리 하라고.. 집에 있던 담요 비슷한 것을

줬었는데.. 그 속에 몸을 둥글게 말고.. 잠들어 있었다..

약간 묻어있는 피를 제외하고는.. 정말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담요 위로.. 숨쉬는 것이 보이는 듯 했다.. 아니.. 정말로 보였다..

눈물의 굴곡으로 인한 것일지 몰라도.. 그래도.. 

조심스레.. 뽕이를 만져봤다.. 


뽕이는.. 차가웠다.. 뽕이 이름을.. 겨우 불렀다.. 울고 싶지 않았

는데.. 차가운 뽕이는.. 더이상 냐옹대지 않았다.. 내가 아무리

뽕이를 잡고 떠들어대도.. 뽕이는.. 가만히 있기만 했다.. 



바보같은 녀석.. 장난꾸러기 녀석.. 어쩌다가 떨어졌니.. 

무섭진 않았니.. 아프진 않았니.. 조금 더 빨리 데려오지 못해서

미안해.. 그래도 이렇게 데려왔잖아.. 원망하는건 아니니..

지금도 눈을 감으면.. 꼬맹이랑 둘이서 꼬리를 바짝 세우고 우다다

하는 모습이 눈에 선한데.. 밥달라고.. 우렁차게 울어대던 목소리

가 귀에 선한데.. 사료를 주면.. 기묘한 소리를 내며 너무나 맛있

게 먹던 모습이 선한데.. 너에 대한 추억이 이렇게 가득한데.. 




그런데.. 마땅히 뽕이를 묻어줄 곳조차 없었다.. 재작년에 시카고

에 갔을때 놀랬던 것 중에 하나가.. 애완동물들을 위한 묘지가

있었다는 것.. 사람들의 비석보다 촘촘히 서있는 수많은 비석들

위로 사랑받으며 살았던 동물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보드라운 흙이 있는 곳도 찾기 힘들었고..

혹여나 비가 오면 떠내려 가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고..

혹여나 누가 장난으로 파헤쳐볼까, 눈에띄게 무덤을 만들지도

못했다.. 녀석이 좋아하던 오뎅꼬치랑 같이 묻어주었다..

덩치도 커다래서.. 거묘가 될꺼라며 맨날 기대했는데..




뽕아.. 너 무지개 다리 건너 거기 가서도 금방 돌아올거지?

넌 개구지고, 한시도 가만히 안있고, 애교쟁이에다가, 우다다 대장

이잖아.. 거기서 말썽 부려서 빨랑 여기로 다시 오렴.. 알았지? 

네가 없으니까.. 네동생 꼬맹이도 왠지 기운이 없고 그래..

동생 놔두고 갈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서 눈도 못감은거니..



좀 더 많이 안아주고.. 좀 더 많이 사랑해주고.. 좀 더 많이 놀아

줄껄.. 그래.. 이런 후회는 하지 않을께.. 좋은 기억만 할께.. 

무사히 가렴.. 널 만나서.. 행복했단다.. 

그리고.. 더 열심히 살께.. 오빠랑 나, 둘 다.. 네 몫까지.. 

종종 찾아갈께.. 종종 널 기억해줄께.. 너무 가슴아파하지 않을께.. 




둘이 있다가 비어버린 한 자리는.. 너무나 큽니다..

그 빈자리는.. 사랑으로 메꾸어야 하겠지요.. 한갓 고양이 한마리

라 할런지 모르겠지만.. 소중한 친구였고.. 동생이었고.. 아들이었

고.. 가족이었습니다.. 사랑을 알게해 주었고.. 사랑 받는 법..

사랑 하는 법을 알게 해 준.. 훌륭한 친구였습니다..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목이 너무 메이지만.. 

열심히 살겁니다.. 그리고.. 웃을겁니다.. 

잊지.. 않을겁니다.. 세상에.. 단 한마리뿐인.. 뽕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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