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지위 변화
* 고대이집트 세계
고대 이집트인들은 놀랍게도 고양이에 대해 현대적인 지식을 갖고 있었다. 고양이를 둘러싼 상징 체계, 고양이에 관한 수만은 초상화와 조각상들이 이것을 증명한다. 이집트에서는 야옹거리는 소리를 본따서 고양이를 '미우' 그리고 '테초'라고 불렀다. 제4왕조 때부터 고양이를 길들이기 시작했고, 궁정고관의 어머니를 '암고양이'라는 별칭으로 불렀던 제11왕조 때부터는 가축으로 여겼다. 제18왕조의 테베의 무덤에 그려진 벽화는 이집트인의 일상생활에서 고양이가 차지한 비중을 보여준다. 이 벽화는 서기관 나크트의 부인 좌석 아래에 놓인 그릇의 생선을 먹는 고양이를 묘사하고 있다.
또 네바몬의 무덤에는 새를 사냥하는 사람과 함께 늪지대에서 오리를 잡는 고양이의 모습도 그려져 있다. 남녀 양성의 신으로, 태양의 신인 동시에 달의 신인 고양이는 '신성한 암고양이' 또는 '바스트', 태양의 수호자인 '큰 수고양이'의 모습으로 숭배되었다. 이집트인들은 집과 신전의 주인이며 큰 권력을 부여받은 고양이를 보호하고 먹이를 주었으며 인격체로서 대우해주었다. 고양이가 죽으면 온 가족이 울면서 방부 처리를 해 미라로 만들어 지하 묘지에 묻어주었다. 그러나 이렇듯 고양이를 숭배하던 풍습은, 방패 대신 고양이를 들이대며 전진하는 페르시아 포위군에게 대항 한 번 못해보고 항복함으로써 이집트가 패배한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여기서 바스트여신이란,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여신으로 고양이의 머리에 여성의 몸을 하고 있다. 잔인한 세크메트(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사자의 모습을 한 여신)의 자리를 다정한 바스트가 차지했다. 이집트 왕실 아이들의 보호자이며 수유자(授乳者)인 바스트는 곧 음악, 춤, 모성의 여신이자 마술사, 의사, 산파의 수호신으로 추앙받는다. 고양이가 1년에 여러 번 임신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다산을 상징하는 여러 여신들과 이 동물의 연관관계를 자연스럽게 설명해준다. 북유럽 신화에서도 다산의 여신인 프레이야는 고양이가 끄는 이륜마차를 타고 이동했다.
* 중세 그리스도교 사회
중세의 그리스도교 사회에서는 행실이 나쁜 여인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치욕과 오명의 대상이 되었다. 고대 이집트로부터 전해 내려온, 태양과 달을 동시에 상징하는 이중성은 고양이에게서 사라지고, 이제 불길한 징조를 지닌 밤의 모습만 남은 것이다. 옛 이교도 여제관들과의 관계로 인해, 그리스도교의 영향권에서 고양이는 무서운 악마의 앞잡이가 되었다. 오직 연금술사들만이 고양이를 신비로운 남녀 양성의 모델로 삼아, 고양이 본래의 풍부한 상징 체계를 간직했다. 고대의 여제사관들은 대지의 힘을 상징하는 달을 숭배했으므로 달을 연상시키는 듯한 눈동자를 지닌 고양이를 선호했다. 그 뒤로도 고양이는 여제사관의 후손 격인 마녀의 친구로 여겨졌다. 민화 속에서 마녀는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고양이의 지방으로 하늘을 날 수 있기 하는 고약을 몸에 붙이고 고양이와 함께 집회장소로 날아간다.
또한 고양이는 참회 화요일 밤이나 대림절에, 숲의 갈림길에서 커다란 검은 고양이의 주도로 자신들만의 집회를 열어 서로 어울려 야옹거리며 울기도 하였다. 당시 사람들은 고양이의 꼬리나 귀를 자르지 않는 한 이런 마녀 집회에 참석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에 고양이의 꼬리와 귀를 잘랐다. 로마 교황 그레고리우스 9세는 로마 교황의 칙서(1233)에서 고양이를 배척했다. 그래서 '천사의 표시' 또는 '하느님의 손가락'이라 불렸던 흰 털이 목에 있는 고양이를 제외 하고는 모두 희생되었다. 일반적으로 고양이를 불에 던지는 행위는 고대 행사와 관계가 있는 종교적이거나 비종교적인 축제의 날에 행해졌다. 사순절의 제1일요일, 성 요한 축일, 크리스마스 등이다.
폴란드에서는 재의 수요일에 고양이가 희생되었고, 독일의 슐레스비히 홀슈타인에서는 성 금요일에 유다로 의인화된 고양이를 교회 꼭대기에서 던졌다. 엑상프로방스에서는 '고양이의 날'에 성체침례가 거행되었다. 벨기에의 이프르에서는 사순절 둘째 주에 도시의 탑에서 고양이를 던졌다. 이것은 지금까지도 상징적으로 고양이의 날에 인형을 제물로 바치는 형태로 남아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축제는 파리의 그레브 광장에서였는데, 행정관들에 둘러싸인 왕이 직접 장작에 불을 붙이고 고양이를 불 속으로 던졌다. 1647년 루이 14세가 이 행사에 마지막으로 참석했다. 고양이를 매우 사랑했던 루이 14세는 이 야만스런 관행에 종지부를 찍었다. 또한 고양이는 중세부터 건축물의 영속성과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건축물이 오래 보존되기를 기원하면서 산 채로 벽 속에 가두거나 주춧돌 밑에 생매장하기도 하였다.
* 근세 및 현대
<장화 신은 고양이>는, 원래 이탈리아에서 구전되던 이야기가 여러 가지 형태로 개작되어 전 유럽에 전파된 것이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다양하지만, 그 전개가 어떻든 유럽 곳곳에서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쓴 작가들의 의도는 분명하다. 즉,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쳐진 중세 시대 고양이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고양이의 재치와 깜찍스러움을 찬양함으로써 고양이가 유용한 존재이며 인간의 좋은 동반자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을 말하려고 한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고양이는 시인에게 영감을 주는 특별한 존재였다. 시인들은 고양이가 지닌 가정적인 따뜻한 분위기와 수도사와 같은 엄격함, 쥐를 사냥하는 능력 등을 높이 평가했다. 여러 세기에 걸쳐 시인들은, 불가사의할 정도로 신비로운 고양이의 눈을 통해 시적인 감수성과 환상을 얻어냈으며, 고양이에게서 영감을 얻은 시들은 각 시대의 관심, 열망, 기벽을 반영하여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의 이미지를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또한 고양이의 심리를 잘 드러내는 초상화가 많이 그려졌는데, 고전주의 시대에는 고양이를 궁정의 인물로 의인화해 아름다움, 세련된 품행, 인간에 대한 애착을 묘사하였다. 20세기에 들어서는 고양이가 지닌 신 또는 악마적인 이미지를 참신하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노래하는 시인들이 나타났으며, 그 뒤로도 고양이는 초현실주의자들과 더 고전적인 문체를 고집하는 시인들의 마음을 끌면서 끊임없이 작품에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고양이는 자유와 독립을 상징하며, 작가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이다. 오랫동안 고양이는 예술가의 조용하고 평온한 동반자로 사랑받았다. 사실 다른 어떤 동물도 그처럼 글쓰기에 영감을 주지는 못했다. 고양이를 소재로 한 연극으로는, <여우 이야기>(12,13세기)와 호메로스 작품을 패러디한 로페 데 베가의 <가토마치에>(1634)가 있다.
샤를 페로의 <장화 신은 고양이>(1697)와 마담 오누아의 <흰 고양이>(1698) 같은 동화에는 고양이의 성격이 잘 묘사되어 있다. 그 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1865)를 쓴 루이스 캐럴은 고양이의 웃음을 잘 묘사했다. 또한 많은 작품 속에서 고양이는 인격체로 그려졌다. 예를 들면 호프만의 <뮈르 고양이>(1822),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1905), 콜레트의 <일곱 편의 동물들의 대화>(1905) 등이 있다.
징조
* 날씨
예전에 캄보디아인들은 고양이를 가둔 우리를 들고 물을 뿌리며 밭을 가는 풍습이 있었다.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풍작에 필요한 비를 주관하는 인드라(인도 베다 신화에 나오는 비와 천둥의 신)를 감동시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농토에 관한 의식과 연관지어 땅을 비옥하게 하고 보리의 성장을 기원하기 위해 고양이에게 제사를 지내고 제물을 바치기도
했다. 고양이가 신경질을 부리면 바람이 불고, 발톱으로 땅을 긁으면 뇌우나 폭풍이 올 것이라고 믿었다. 재채기는 비가 올 징조이고, 그르렁거리는 소리는 날씨가 좋을 것을 예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고양이가 라디에이터에 접근하면 추위가 올 것이고, 따듯한 곳에 엉덩이를 들이밀면 곧 눈이 올 징조라는 것이다. 그러나 날씨와 관련된 이러한 믿음들이 터무니없는 것만은 아니어서, 실제로 고양이는 정전기의 양이 증가되는 것과 자기장을 감지하는 능력으로 뇌우, 폭풍, 지진 또는 화산 폭발을 미리 감지할 수 있다.
* 죽음
고양이는 고대부터 죽은 사람의 영혼을 인도하는 동물로 여겨졌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바스트의 품에 안긴 고양이의 모습을 동상으로 만들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고양이는 저승과 이승, 두 세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신비로운 피조물이었다. 이러한 생각은 그리스, 로마 사회에서도 이어졌다. 고양이는 이시스(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최고의 여신)나 데메테르(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와 같은 죽음의 신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을 죽음의 세계로 인도하는 임무를 맡은 신이었다. 속설에 의하면 고양이는 7개 내지 9개의 생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7이나 9라는 숫자는 세계 여러 곳에서 신성한 수로 여겨지는 숫자이다. 시골에서 고양이의 죽음은 주인에게 늘 불길한 징조로 여겨졌으며, 환자가 있는 집에서 고양이가 떠나가는 것은 죽음의 전조로 생각되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토속신앙에서는 죽음의 신을 고양이의 모습으로 묘사하기도 하였다.
* 불운과 행운
고양이와 얽혀 있는 여러 가지 민담이 입증하듯이, 고양이의 출현에 무관심한 사람은 거의 없다. 고양이와의 만남은 날씨, 장소, 시간, 우리가 시도하려는 행동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는 징조였다. 특히 새해 첫날 또는 아침 출근길에 만나는 고양이는 대부분 악운과 불운의 징조로 믿어왔다. 고양이가 모르는 사람을 향해 가면 가까운 사람의 배반을 알려주는 것으로 여겼고, 어부들은 고양이를 보면 출항하지 않았다. 왼쪽에서 오는 검은 고양이와 마주치는 것은 최악의 운을 암시했고, 자정에 마주치는 고양이는 악마같이 생각되었다. 그러나 고양이가 항상 나쁜 징조로 받아들여졌던 것은 아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집 안에 있는 고양이가 행운의 표시로 여겨져 결혼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고양이를 잘 대우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특히 영국에서는, 교회를 나서는 신혼부부 앞에 고양이가 나타나는 것이나 신부 앞에서 고양이가 재채기하는 것이 행복을 예견하는 징조로 여겨졌다.
'Zinna > 고양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 (0) | 2004.01.18 |
---|---|
[로또] 내 뭐라캤노~ (0) | 2004.01.17 |
고양이 우표들.. ^^* (0) | 2004.01.14 |
새로운 세상.. ^^ (0) | 2004.01.12 |
낼름! (0) | 2004.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