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을 행주로 훔친다.
머리카락을 돌돌 말아 버린다.
문자 메세지를 손끝으로 지우고,
강박적으로 회원탈퇴를 한다.
그렇게 오늘 나의 흔적을 지운다.
내 짐이 일톤 용달차에 넘친다.
이별통보로 너의 심장을 후려친다.
비공개가 아닌 일기를 친다.
마르지 않은 시멘트 위를 걷는다.
그렇게 오늘 나의 흔적을 남긴다.
지워지지 않길 바라는 흔적은 지워지고,
지워지길 바라는 흔적은 남는다는 것을
너가 알려주었다.
또,
너가 알려주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으면서
영원히 흔적으로 남고 싶은 두 가지 욕망이 상충할 수 있다는 것을.
그렇게 오늘 나의 흔적을 애써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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