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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nna/글

[꼬리탕탕] 길을 묻다.



낯선 길을 갈 때마다 겪는 일이 있다. 누군가가 꼭 내게 길을 묻는다. 물론 열 번 중 두어 번 정도는 초행길인 나도 아는 것을 물어 같은 초행자에게 으스대며 길을 알려줄 때가 있다. 하지만 돌아서고 나면 잘못 알려주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낯선 길을 갈 때마다 겪는 일은 또 하나 있다. 누군가에게 길을 물으면 꼭 그 사람도 초행길이다. 물론 열 번 중 두어 번 정도는 그 동네 사람일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한결같이 내가 이 동네에 십년을 넘게 살았지만 내가 가고자 하는 곳에 대해서는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노라고 말한다. 


그러다가 문득, 그 동네에 살면서 그 동네의 구석구석을 잘 알고, 목적지로 가는 방향 및 거리를 간략하게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문지기 같은 사람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흙으로 밥을 지으며 놀고 있는 동네 아이에게 물으면 될까 싶지만, 놀이터에는 아이가 없고, 흙도 없다. 커다란 나무 아래 평상에 앉아 흘러가는 시간을 가만히 젓고 있는 노인에게 물으면 될까 싶지만, 나무 아래 평상은 없고, 노인도 없다. 


그러다가 문득, 나는 지금 살고 있는 동네의 구석구석을 얼마나 알며, 얼마나 잘 설명해줄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금방 생겼다 사라지는 맛집이나 금방 세워졌다 허물어지는 건물 말고, 나의 동네 길목 어귀에 아무도 모른 채 방치되고 있는 것들은 무얼까. 생각하다보니 내가 내 집 주소를 외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행이군 싶다. 


결국 더 이상 동네 사람이라는 의미는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 모두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p.s. 다만, 난 십년 넘게 산 동네 사람이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던 그 곳에 도착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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