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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nna/글

슬럿워크

트위터에서 슬럿워크를 하자는 제안 글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드디어(!)라는 생각과 동시에 두려웠음을 부정하지 못하겠다.


정말로 본의 아니게 고대 성추행 사건에 대한 1인 시위가 슬럿워크가 되었던 나는


예상치 못한 후폭풍을 겪어야 했기에 그 파장이 어렴풋이나마 그려졌다고나 할까.


슬럿워크가 가지는 의미와 그에 대한 사람들과 언론의 반응에 대한 생각으로 


한동안 마음이 복잡했다.


슬럿워크 전 날까지 갈까, 말까를 고민했으니 말이다.



우선 이번 슬럿워크에 내가 생각하는 의미나 명분이 굳이 있었다면,


1. 성추행/폭력의 원인을 가해자보다는 피해자의 옷차림이나 행실 등으로 돌리는 전반적인 인식에 대한 분노.와


2. 슬럿워크를 통해 그 의미와 자신의 몸에 대한 자유와 권리 등에 각자 생각해보는 기회.


라고 생각했다.



왜 유독 성추행/폭력 사건에 있어서는 피해자를 탓하는 분위기인지, 여성의 옷차림에 대해


'야하다', '꼴사납다' 와 같은 시선의 주체와 그 의미는 무엇인지.


분명한 것은 슬럿워크는 소위 말해 단지 '야한' 옷을 입을 권리를 부르짖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고, 


야하게 보일 의도로 입었든 제 멋에 입었든 그 이유야 어찌됐든 옷차림으로 인해


그 사람을 함부로 대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슬럿워크 이후 쏟아진 수많은 인터넷 댓글을 보면 아직 멀고 멀었다는 생각에


솔직히 자세히 읽어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언제까지 여성 vs 남성으로 나뉘어 누가 더 피해자인지 싸움질만 할 것인지.


현재의 사회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라는 것은 동의하면서 


그에 대한 여성의 불리함이나 권리를 조금이라도 주장할라치면


그놈의 페미니즘이 뭔지를 들먹이며 유식한 척 비판하는 척 


어디서 줏어들은 지식을 나열하고,


그렇지 않으면 남성 역시 피해자이고 힘들다며 방어만 할 것인지.


물론 상대할 가치도 없는 질낮고, 오로지 감정 분출만을 위한 쓰레기 같은 댓글 


(이것이 70%는 차지하는 것 같아 안습이지만) 은 제쳐두고라도 말이다.



물론 이러한 반응이 일어난 데에는 언론도 한 몫 톡톡히 했다고 생각한다.


슬럿워크 당일날 몰려든 취재진들의 카메라는 어디를 향했던가.


자극적인 옷차림의 참여자를 로우 앵글로 잡으며 그들의 손에 든 피켓 내용에는 주목했는지.


슬럿워크의 취지 등이 담긴 웹자보를 한 번이라도 읽고 왔다면 


'야한' 이라는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의 기사 제목이 그리 쉽게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또한 특정한 주최측이나 주최자가 없었던 이번 슬럿워크에서 


처음이기에 미숙했던 진행이나 표현방식, 앞으로의 행보 등에 대한 의견 제시는 있을 수있어도


슬럿워크 즉, 옷을 입을 자유와 내 몸에 대한 권리를 단순히 찬성, 반대로 본다면


그야말로 힘이 쭉 빠질 뿐이다.



하지만 그 모든 문제점이나 막막함에도 불구하고,


난 슬럿워크 전에 수많이 올라오는 트위터의 글들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미처 생각치 못한 부분이나, 표면에 드러난 슬럿워크 아래 숨어 있는 의미들.


결코 하나의 생각과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몇몇에게만 이 짐을 맡긴 채 뒷짐지자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생각하는 바도, 느끼는 바도 다르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도 다양할 것이다.


어떤 형식이 될지는 몰라도 이전처럼 단순히 이슈화, 가십거리가 되어 언론에게만 의지하거나


몇몇 관심 있는 이들의 운동으로만 소외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이번 슬럿워크를 통해 나는 감히 이렇게 생각한다.



슬럿워크는 이미 모두에게서 시작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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