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Zinna/글

[꼬리탕탕] 권력의 가면 뒤에는 얼굴이 있을까.

생활이 어려우면 절약을 하든, 무언가를 팔든, 돈을 더 벌든 대책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2009년 4월, 쌍용차는 그 대책으로 직원 7,135명 중 2,646명 감축안을 내놓았다. 경영실적의 악화가 그 이유였다. 그러나 해고의 정당성에 대한 의혹이 계속 제기되었다. 쌍용차 지부는 평택 공장을 점거하여 장기간 파업으로 대응했으나 결국 공권력 투입과 함께 종료됐고, 그 결과 1,666명은 희망퇴직하고 976명이 정리해고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긴 싸움이 시작됐다. 


2010년 11월 해고노동자 153명은 법원에 해고무효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결국 2014년 2월 7일 서울고등법원은 원심을 깨고 쌍용차 노동자 해고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물론 그 사이 파업 참가자들은 심각한 부상 및 정신적 피해를 입었고, 블랙리스트에 올라 일자리를 찾기도 힘들었다. 게다가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사용하여 그들을 압박했다. 절벽으로 밀고 밀고 또 미는 상황에서 떨어지지 말라고 그들에게 부탁하기도 미안하다. 


대한민국은 UN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이다. 그러나 국제 자유권 규약이나 사회권 규약이 보장하고 있는 결사의 권리는 보장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 대한민국은 헌법 제 21조 1항에서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를 명시하고 있는 국가이다. 그러나 툭하면 노동조합 지도부를 업무방해 및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의 모호한 조항으로 체포하고, 이에 대해 국제노동기구가 반복적으로 권고하고 있지만 무시하고 있다.


그렇다. 불법 집회, 불법 시위를 명목으로 공권력을 남용한다. 쌍용차도 공권력으로 짓밟았고, 지난해 12월 말에는 합법 집회중인 민주노총을 압수수색 영장도 없이 4,000명이 넘는 경찰을 투입하여 강제 진압하였다. 그리고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불법 집회, 불법 시위는 엄정하게 다스릴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합법적인 집회는 무엇인가. 권력의 마음에 들고, 거슬리지 않으며, 위협이 되지 않는 집회는 합법이고, 그 외의 것은 일체 불법일 것이다. 그리고 그 방패막으로 일반 시민의 불편과 안전 등을 내세운다. 이에 분노하는 목소리를 내도 그저 무시하면 그만이다. 그래도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면 공권력으로 짓밟으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목소리를 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을 조른다. 그렇게 입을 틀어막고, 무력하게 만들며,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밟고 또 밟는다. 


자본의 권력과 공권력은 단 한 사람으로 수렴하지 않는다. 그것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잡을 수 없는 그림자처럼 얼굴이 없다. 그리고 우리는 저마다 먹고 사느라 바빠, 혹은 먹고 사느라 바쁜 척 하면서 그 그림자에 먹혀버린 얼굴을 잊는다. 그렇게 잊어버린 얼굴 만큼 우리의 표정도 지워진다. 표정이 지워진 얼굴들은 공장 컨테이너 벨트 위의 부속품처럼 끊임없이 생산되고, 소비되면서 괴물이 되어간다. 그리고 이제 그 그림자는 나, 그리고 당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p.s. 그림자와 괴물의 싸움이 시작된다. 




 

'Zinna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꼬리탕탕] 관계가 진다.  (0) 2014.04.07
[꼬리탕탕] 비인간 존재  (0) 2014.03.29
[꼬리탕탕] 밥짓기  (0) 2014.03.13
[메모] 밤이 선생이다.  (0) 2014.03.10
[꼬리탕탕] 인간으로 태어난 죄.  (0) 2014.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