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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nna/글

판소리 수업 (사철가)

<사철가>

이산저산 꽃이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허드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날 백발 한심허구나 내 청춘도 날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줄 아는 봄을 반겨헌들 쓸데 있나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 니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승화시라 옛부터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 삭풍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황국 단풍도 어떠헌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오면 낙목한천 찬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리어 은세계 되고 보며는 월백 설백 천지백허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무정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이내 청춘도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 어화 세상 벗님네들 이내 한말 들어보소 인생이 모두가 백년을 산다고 해도 병든날과 잠든날 걱정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도 못살 인생 아차 한번 죽어지면 북망산천의 흙이로구나 사후에 만반진수는 불여생전에 일배주만도 못허느니라 세월아 세월아 세월아 가지 말어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는다 세월아 가지마라 가는 세월 어쩔끄나 늘어진 계수나무 끄끝터리에다 대랑 매달아놓고 국곡투식허는 놈과 부모불효허는 놈과 형제화목 못허는 놈 차례로 잡어다가 저 세상 먼저 보내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아 앉어서 한잔더 먹소 그만 먹게 허면서 거드렁거리고 놀아

 

- 이거 진도 다 나갈 때 즈음이면 여름일 것 같다. 여름이 되기 전에 끝낼 수 있도록 열심히 연습해야지.

- 신기한 게, 녹음본을 수백번 들을 때도 안들리던 것이 막상 수업을 받으면 숨은 디테일이 많다. 숨은 음 찾기 마냥. 

- 한 장단씩 끊기는 데가 딱 맞아떨어지지 않아서 이상한 데서 첫박이 들어간다. 중중모리든 뭐시기든 그냥 감으로 기억하는 수밖에.

- '월백'에서 월이 원을 그리며 워ㄹ 이라는데 정말 모르겠다. 그렇다고 Wall은 아니고. 선생님이 하는대로 고대로 따라 해보는데 내 귀엔 뭐가 다른지도 모르겠다.

- '청춘' 여기도 장난 아닌게, '청추우느으흐으으은'이란다. 뭐라고요? 청춘은 정말 어렵군요..라고 하소연을 했네. 땀이 다 났다.

- '가는 세월 어쩔끄나. 늘어진 계수나무 끄끝터리'에서 어쩔끄나와 끄끝터리의 음정 차이는 어마무시하다. 내가 낼 수 있는 최저음과 최고음을 온 집중을 다하여 내야 낼 수 있다. 

- 대랑 매달아놓은 게, 난 뒤에서 말하는 놈들을 수식하는 줄 알고 머리를 효수한 거냐 물었다가 쌤이 기겁함. ㅋㅋ

- 끝까지 쉬운 마디가 없다. '국곡투식 허는~' 부터 마지막까지 그 미묘한 박자를 도통 머리로는 알 수도, 맞출 수도 없다. 엇박도 아니고 엇?엇!박이랄까. 

- '차례로' 이 부분의 음정은 산모양도 아니고 파동도 아니고 그릴 수조차 없다. 따라 부르면서도 무슨 음인지 모르겠어서 돌아서면 까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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