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창조) 궁금함을 참지 못한 잎싹이 나그네에게 물었고 머뭇머뭇 털어놓는 나그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잎싹이 깜짝 놀라 덤불 밖으로 나오면서
(중중머리)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얼마나 괴롭고 힘들까? 무슨 말로 너를 위로할까? 마당에 살던 뽀얀 오리와 너는 정말 잘 어울리는 짝이었어. 뽀얀 우리가 그렇게 당하지 않았어도 족제비에게 그렇게 당하지만 않았어도 너희들은 행복했을 텐데 가엾은 나그네 말하지 않아도 알아 네 마음은 충분히 알아 하지만 나그네 이제부터는 네가 아무리 뽀얀 오리가 그리워도 저 알이 뽀얀 오리가 낳은 알이라고는 말하지 말아줘 제발 부탁이야 내 품으로 내가 품어 세상에 나올 아이는 내 아이야 오리면 어떻고 암탉이면 어때 누가 낳은 알인지는 이제 내겐 더 이상 의미 없어 말하지 않아도 알아 네 마음 충분히 알아 나그네 묵묵히 듣고 있던 나그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잎싹아 넌 엄마야! 엄마? 그래! 엄마!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엄마 말하지 않아도 알아 나도 네 마음 충분히 알아 나그네 말하지 않아도 알아 말하지 않아도 네 마음 충분히 알아 덤불 속으로 들어가서 하얀 알을 어루만지며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내가 너를 지켜 줄게
- 말하듯 읊조리듯 흘러가는데 박자가 상상을 초월한다. 대체 무슨 박자인지 나는 모르겠다. 그저 반복해서 듣고 따라할 뿐.. 난 박자 감각이 없는 것 같다.
- 내가 꼽은 대목 중 제일 쉬운 부분이라는데.. 그래도 공연을 본 판소리라 그런지 감정이입은 잘된다.
- 처음부터 끝까지 박자가 어렵다. 그냥 읊조리면 되나 싶다가도 첫 박을 놓쳐서 내내 북 눈치만 본다.
- 엄마라는 단어는 참.. 가사뿐인데 계속 부르짖다 보면, 그러기 싫은데 울컥 하는 게 있다.
- 뒤로 갈수록 묘하게 박자가 빨라지는데, 내 안에는 북이 살고 있지 않아서 걷잡을 수가 없다.
- 방음실은 여전히 이상하다. 소리의 반향이 없어. 벽이 나의 목소리를 먹어버리고 돌려주지 않아. 내놔.
<양계장 문이>
(아니리) 모두 잎싹을 외면하고 사료 한 톨이라도 더 먹겠다는 듯이 바닥이 드러난 먹이통을 연신 콕콕거리며 쪼아대는구나. 그때!
(자진모리) 양계장 문이 활짝 열리더니 외바퀴 수레를 밀고 주인남자가 들어서 먹이통에 사료를 배분하며 유행가 조로 푸념을 또 올랐네. 또 올랐어! 야속한 사료 값! 어서 먹고 쑥쑥 낳아라 큼직한 알 아이고 그러게 말이에요 이번 달도 또 손해 보게 생겼으니 이걸 어째 먹성 좋은 것만큼 먹은 값들은 해야지 뒤따라 들어오며 양계장 닭들이 방금 낳아 따뜻한 알을 계란 판에 재빠르게 주워 담던 주인여자가 잎싹 앞에 우뚝 멈춰 서더니마는 아니 얜 오늘도 또 며칠째 먹지도 않고 며칠째 알도 못낳고 얜 아무래도 병든 것 같아 그래 어 그럼 닭장에서 꺼내야지 꺼내다니 꺼낸다니 잎싹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구나 꺼낸다면 내가 여기 닭장속을 나간단 말이야 그래 너 이제 어떻게 할래? 어서어서 빨리빨리 먹는척이라도 해! 꼬꼬댁 꼭 꼭꼭! 겁에 질린 닭들은 두려움에 떨며 아우성을 쳤지만 잎싹은 자신의 몸속 어디선가 알 수 없는 힘이 솟아나서 두 날개죽지를 활짝 펼치며 저 푸르른 아카시아 나무가 솟아오른 하늘 높이 날아 오를 수 있을 것만 같구나 얘 고기값은 받을 수 있겠지요? 아이고 이 사람아 병들어 곧 죽게 생겼잖아 그냥 그 구덩이에 버려! 하더니 잎싹의 날개죽지를 움켜잡아 외바퀴 수레를 향해 휙! 저렇게 될 줄 알았어 내가 욕심이 지나치면 재앙을 부른다고 했잖아 내말이 맞지? 우린 어서 배부르게 많이 먹고 큼직한 알이나 쑥쑥 낳자고! 꼬꼬댁 꼭꼭! 외바퀴 수레에 실려나가는 잎싹을 외면한 양계장 닭들이 먹이통에 그 잘난 닭대가리를 쳐 박더니 나는 안전하다고 나만 아니면 된다고 꼭꼭거리며 수북하게 쌓인 사료를 정신없이 콕콕거리며 쪼아 먹는구나 아카시아 잎사귀가 하얀 꽃의 소망 담은 꼬투리를 키워내기 시작한 늦은 봄 봄 봄 봄
- 거의 1년이 다 돼 가는데 이제 목소리를 바꾸란다. 입과 코, 목 등 모두 열고 소리를 내라는데 뭘 어떻게 열라는 건가. 뚜껑이야..? 열고 닫게.. 말하는 목소리와 다른 목소리를 내라는데, 난 내 목소리에 애교가 있는줄 처음 알았다.
- 득음하기 힘들다.. ( ") 어쨌든 다른 소리를 내보고 있는데 맞는지 여부를 떠나 소리가 다르니 음정이 다 틀리고 흔들리고 난리다.
- 그래도 아니리는 좋았다고 칭찬받았다. 내 특기 중 하나가 용두사미지.
- 이젠 대사 연기에도 감정을 실으랜다.
- 박자 엄청 급하게 치고 들어가는 부분 어렵다.
- 바뀐 목소리에 열심히 적응 중이나 이전보다 음역대 폭이랄까, 그게 적고 더 힘이 들어가는 지라 쉽지 않다. 선생님이 힘든 티 내지 말라길래, 생색내며 티 팍팍 낼 거라 했다.
- 아예 마당을 나온 암탉 전체를 배우는 건 어떨지 고민 중이다.
- 잎싹이 높이 나는 걸 꿈꾸는 대목 좋아.
<나지막이 속삭이는>
(아니리) 마당에 사는 늠름한 수탉이 포근한 둥지에서 알을 품는 자신을 지켜주는 꿈이라도 꾸는지 잎싹은 정신을 잃어가면서도 희미하게 미소는 잃지 않고 그렇게 외바퀴 수레에 실려 양계장을 나오는구나 어스름한 저녁 무렵! 죽은 닭들을 버리는 구덩이에서 깨어난 잎싹은 힘겹게 주변을 둘러보다 깜짝 놀라 난 살아있어! 살아있다고 살아있는 날 이런 곳에 버리다니 정말 너무해 꼬꼬댁 꼭꼭 어쩔줄 몰라 꼭꼭거리며 허둥대고 있는데 거기서 나와 어서
(중모리) 나지막이 속삭이는 목소리 거기서 나오라고 어서 저 눈이 널 노린다고 그대로 있으면 당한다고 어서 빨리 나오라고 내 목소리 안 들리니 들려 들려 들리긴 하는데 누구 누구 누구 누구야 여기저길 두리번거리던 잎싹은 자신을 노려보는 시커먼 무엇인가와 눈이 마주쳤구나 정말 기분 나쁜 눈빛이야 그대로 있으면 당한다고 저놈이 널 노린다고 어서 빨리 여기 이쪽으로 올라오라고 내목소리 안들리니 나지막이 속삭이는 목소리 침착하고 다정한 목소리 힘을 주어 외치지만 왠지 모르게 끌리는 목소리가 반대편에서 들려오는구나 걸음을 옮긴다 한걸음 한걸음 소리나는 곳을 향해 힘겹게 걸음을 옮긴다 잎싹이가 그래 힘내 여기 여기 여기 이쪽으로 올라오라고 이쪽으로 올라오면 거기서 나올 수 있을 거야 오르다가 미끄러지고 오르다가 미끄러져 넘어지고 오르다가 미끄러져 넘어지길 반복하던 잎싹은 겨우 겨우 죽음의 구덩이를 빠져 나왔구나 너 정말 대단하다 저 구덩일 살아 나오다니 저 구덩일 살아 나온 닭은 아마도 네가 처음일 걸 너 정말 대단하다
- 여전히 난 아니리를 제일 잘하는 것 같다.
- 소리와 대사 연기가 섞이는 부분이 재밌다.
- "자신을 노려보는"에서 '려'는 밀어줬다가 꺾고 되돌아와야 한다. (뭔소린지)
- 엇박자도 아닌 것이 박자가 묘한 부분이 많은 게 '마당을 나온 암탉'의 특징인 듯.
- 선생님이 오른팔을 살짝 다쳐서 북을 왼팔로만 쳤다. 그리고 나는 모든 박자를 놓치며 혼돈의 도가니에 빠져버렸다. 선생님, 얼른 나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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