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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nna/글

[꼬리탕탕] 괜찮은 사람.



괜찮은 사람이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관심받고 싶은 욕망이 전혀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저 그 욕망 앞에 전제 조건으로 "모두에게"만 붙지 않으면 될 것 같다.


"모두에게"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다.

"모두에게" 관심받고 싶다.


"모두에게"라는 조건을 붙이지 않으면 보다 편해지고, 나의 내면을 건강한 욕망으로 채울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식의 뻔한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면, "나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붙여보면 어떨까.  


"나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

"나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다.

"나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관심받고 싶다.


내가 누군가에게는 별로인 사람일 수 있고, 내 장점을 보여줄 틈도 없이 멀어질 수 있으며, 아무리 같이 놀자 손 흔들어도 누구세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이 사실들을 인정하는 것이 무어 그리 어려울까, 어깨를 으쓱 할 수도 있지만 막상 닥치면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이 '상처'가 될지, '아쉬움'이 될지는 유행 중인 단어 '자존감'에 달려있겠지. 


그런데 그 다음 단계가 또 있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지 않고, 나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관심받으려 애쓰지 않는, 소위 '쿨싴'한 괜찮은 사람"임을 끊임없이 드러내는 단계랄까. 그런 괜찮은 사람이면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안다. 아주 그 마음이 절절하여 애달플 정도다. 또는 '나는 그런 부류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오만함으로 드러낼 때는 아니꼬움을 느낀다. 


이런 애달픔이나 아니꼬움도 오만일까, 라고 생각하는 요즘이 참 피곤하다.

나는 안괜찮은 사람이니까 알아서 피해, 라며 폐끼치는 걸 감당하는 것도 피곤하다. 

상처받을 만반의 준비인 상태로 나 괜찮은 사람이니? 라는 질문을 계속 듣는 것도 피곤하다. 


심지어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겼던 사람조차 내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 얼마듣지 생기기 마련인데, 각자 가지고 있는 못난 부분들을 부분만 경험하고 몰아세우지 말자 싶다가도, 그야말로 입만 살아서 괜찮은 사람임을 끊임없이 말하는 사람은 정말 피곤하다.


이러면 또 "맞아, 맞아. 그런 인간들 (바로 자신이 그런 인간이면서) 정말 피곤해."라고 하거나, "역시 난 피곤한 사람이었어."라며 자기 연민으로 빠지는 사람이 있겠지. 아니면, "그러는 넌 얼마나 잘났냐?"라며 아니꼬와할테니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그러니 그냥 '침묵'을 좀 할 줄 알면 안될까? 라고 말하면, 표현의 자유까지 들먹이며 각자의 방식대로 자신이 괜찮은 사람임을 어떻게든 떠들 것이다.


아.. 

피곤하다.  


 

p.s. 그래. 피곤해 하는 사람은 괜찮은 사람일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