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inna/글 (35) 썸네일형 리스트형 [꼬리탕탕] 꽃은 봄밤이다. 꽃은 봄밤 같다. 꽃다발 받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꽃을 주는 마음은 좋아한다. 꽃향기를 맡고, 꽃과 눈마주치는 마음을 좋아한다. 아니, 그보다는 꽃을 받고 그런 마음을 맡을 줄 알고, 눈마주칠 줄 아는 사람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흐드러지게 자신의 자태를 드러내는 꽃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볼이 바알갛게 물들 것만 같다. 그렇게 흐드러지게 자신의 못남을 피웠던 봄밤을 떠올리노라면, 저절로 마음 한 구석이 서늘하게 물드는 것처럼. 그렇게 잊을 수 없는 봄밤은 몸과 마음이 기억한다. 사람이 어찌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을까. 하지만 봄밤 같던 그 사람을 그리워 하는 마음이 피는 순간은 꽃처럼 아름다울 수도 있겠다. 꽃이 피고 봄이 핀다.꽃이 지고 봄이 질 것이다. 몸을 피고 맘을 피어야겠다.몸.. [꼬리탕탕] 요기, 딱 요기. 사각형의 길쭉한 아파트에 살게 되면서 목욕탕을 가지 않게 되었다. 덩달아 목욕 후의 사이다 한 캔과 추운 겨울이면 집에 오는 사이 작은 고드름이 생기는 머리카락 등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었다. 그저 가끔 습기 가득한 수증기와 목욕탕 특유의 냄새를 떠올릴 뿐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이 동네에 목욕탕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좋아한지 8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목욕탕에 가게 되었다. 목욕탕을 가지도 않으면서 목욕탕이 있는 동네는 왠지 안심이 되었다. 동네 흔한 작은 목욕탕이었다. 아직도 목욕탕에 출근도장 찍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나 싶을 정도로 앵글 선반 가득 목욕바구니가 차 있었고, 늘 그래왔듯 목욕탕 주인의 태도는 심드렁했으며 벌거벗은 아줌마들은 요플레 등을 얼굴과 몸에 바르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욕탕 안에.. [꼬리탕탕] 길을 묻다. 낯선 길을 갈 때마다 겪는 일이 있다. 누군가가 꼭 내게 길을 묻는다. 물론 열 번 중 두어 번 정도는 초행길인 나도 아는 것을 물어 같은 초행자에게 으스대며 길을 알려줄 때가 있다. 하지만 돌아서고 나면 잘못 알려주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낯선 길을 갈 때마다 겪는 일은 또 하나 있다. 누군가에게 길을 물으면 꼭 그 사람도 초행길이다. 물론 열 번 중 두어 번 정도는 그 동네 사람일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한결같이 내가 이 동네에 십년을 넘게 살았지만 내가 가고자 하는 곳에 대해서는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노라고 말한다. 그러다가 문득, 그 동네에 살면서 그 동네의 구석구석을 잘 알고, 목적지로 가는 방향 및 거리를 간략하게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 [메모] 감응의 건축 中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은 지역이 균형적으로 발전한다는 것이 아니라 불균형이 증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물은 사라져도 길은 남는다. 그래서 길은 역사다." "건축은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시간을 다루는 일이다." "사막에서 사람들은 '잔다'고 하지 않고 '별을 덮는다'고 말한다." "한국 근대사는 죽음을 삶에서 제거한 역사이고 삶만을 중요한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이 땅에는 1948년 제주 4·3 사건으로부터 시작해 1950년대의 한국전쟁, 1960년대의 4·19민주화운동과 5·16군사쿠데타를 지나오면서 무고한 사람들이 죽음과 관계되어 있다. (...) 수백명이 죽었는데도 역사의 진실 앞에서 "그것은 내 탓이다"라고 고백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산 자가 죽은.. [꼬리탕탕] 흔적의 욕망 밥상을 행주로 훔친다.머리카락을 돌돌 말아 버린다.문자 메세지를 손끝으로 지우고, 강박적으로 회원탈퇴를 한다. 그렇게 오늘 나의 흔적을 지운다. 내 짐이 일톤 용달차에 넘친다.이별통보로 너의 심장을 후려친다.비공개가 아닌 일기를 친다.마르지 않은 시멘트 위를 걷는다.그렇게 오늘 나의 흔적을 남긴다. 지워지지 않길 바라는 흔적은 지워지고,지워지길 바라는 흔적은 남는다는 것을 너가 알려주었다. 또, 너가 알려주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으면서영원히 흔적으로 남고 싶은 두 가지 욕망이 상충할 수 있다는 것을. 그렇게 오늘 나의 흔적을 애써 감춘다. [메모] 문화로 읽는 세계사 中 "보수주의 진영에서는 일반 대중들의 잠재적 야만성을 나타내기 위해 괴물성을 활용, 진보주의 진영에서는 부르주아적 정상성이야말로 억압적이고 위험하다는 점을 나타내기 위해 괴물성을 활용" "우리를 괴물의 희생자로 만든 것, 더 나아가서 우리 자신을 괴물로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자본주의 질서이다." 영화 에일리언의 의미 "우리는 예전의 그 인간적인 공간과 시간을 상실하였다. 우리는 스쳐 지나갈 뿐 그 속에 있지 않다. 모든 것은 파노라마일 뿐이다." 근대 세계사는 진보와 해방의 역사이자 야만과 억압의 역사이다. "산이 있으면 터널을 뚫고, 강이 있으면 다리를 놓아서 강제로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런 길을 따라 모든 것이 급하게 지나가는 것이 현대의 특징이다." 철도 자체의 속성. 피가로: "아무것도 아닌 .. [메모] 인문학은 밥이다 中 * 가라타니 고진 : 비서구인이 가진 주변부적 문제의식을 서양의 근현대사상으로 풀어냄으로써 보편성을 획득한 철학자. * 철학은 관념이 아니라 실천적 삶의 방식이다. * 철학이 없다면 우리는 그저 인생이라는 시간 속으로 떠밀린 방관자에 지나지 않는다. * 바칼로레아 : 1808년 나폴레옹 시대부터 시작된 프랑스의 대학입학 자격 시험 중 철학에 관심 많음. 사회단체에서는 유명인사와 일반 시민을 모아놓고 다양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 민음사, 1996 : 20세기를 움직인 사상의 모험가들- 미셀 푸코, 나남, 2011 : 정신병원은 결국 우리가 지닌 다양한 형벌제도를 상징. 권력의 자기 보호책으로서의 이러한 구조는 과연 어떻게 볼 것인가. - 최성일, 2011- 동녘, 2006 : 50쇄 이상- 풀빛, 200.. [여행기] 경주 모도리네 ② #꽃도룡 36. 안뇽 안뇽 도롱뇽?! 'ㅡ'/ 폭 자고 일어났는데 두들겨 맞은 것 같네. 꾹꾹이 좀 부탁하면 안될까? 37. 어제밤부터 빵냄새가 진동하더라니, 한껏 부풀은 네가 아침을 가져왔구나. 모도리가 직접 쪼물딱 만든 모도리빵. 38. 라즈베리, 우유, 마멀레이드, 복숭아 꽃이 피었다. 39. 하룻밤 자고 나서일까. 다른 방 외국인 손님의 아침 식사에 이은 수다가 길어진다. 영어에 대한 집중력 시간은 매우 짧아서 슬쩍 자리를 피해 짐정리를 한다. 40. 벚꽃 연줄을 따라, 41. 오리도 바쁜 계절이구나, 42. 입맛이 사르르 돈다. 몰랐다면 허름한 이 집 문을 그냥 지나쳤겠지. 43. 동네의 흔한 산책 코스. 사람들 발이 만든 길, 어우러져 기대고 있는 모습들. 44. 벚꽃은 마치 눈이 내린 것 같았다. 봄..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