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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nna/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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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탕탕] 관성을 그만두다. 관성. 정지하여 있는 것은 계속 정지해 있고자 하고, 움직이는 것은 계속 움직이려 하는 것.문득 일상의 많은 부분들이 관성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깨닫는 것은, 그러한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게 될 때이다.수많은 관성이 나의 삶을 떠받쳐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나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기도 한다.관성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많다. 그것도 수없이 많다.그리고 관성을 그만두는 이유는 없다. 따지면야 있겠지만서도,그 이유를 몰라서 그만두지 못했던 것은 아니기에 관성을 그만두게 되는 이유는 없는 것 같다.관성을 그만둔다는 것은 아프기도 하고, 끔찍하기도 하며, 홀가분하기도, 서운하기도 하지만,무엇이 됐든 불편한 건 사실이다. 편할리 없지 않은가.관성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언제인지 알면서도 못벗어날 때도 있었..
[꼬리탕탕] 괜찮은 사람. 괜찮은 사람이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관심받고 싶은 욕망이 전혀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저 그 욕망 앞에 전제 조건으로 "모두에게"만 붙지 않으면 될 것 같다. "모두에게"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모두에게" 인정받고 싶다."모두에게" 관심받고 싶다. "모두에게"라는 조건을 붙이지 않으면 보다 편해지고, 나의 내면을 건강한 욕망으로 채울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식의 뻔한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면, "나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붙여보면 어떨까. "나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나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다."나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관심받고 싶다. 내가 누군가에게는 별로인 사람일 수 있고, 내 장점을 보여줄 틈도 없이 멀어질 수 있으며,..
[꼬리탕탕] 관계가 진다. 며칠 봄날처럼 따듯하더니 다시 초겨울마냥 춥다. 마치 그러리라는 소문이 돈 것 마냥 꽃들이 일제히, 한꺼번에, 작정하고 핀다. 봄을 알리는 순서나 이파리와 꽃의 순서 등은 무시한 채 무작정 핀다. 한동안 봄날처럼 따듯하던 관계가 초겨울마냥 추워진다. 마치 그러더라는 소문이 돈 것 마냥 관계가 일제히, 한꺼번에, 작정하고 진다.관계를 유지하는 약속이나 마음과 기회의 배려 등은 무시한 채 무작정 진다. p.s. 꽃들은 어여쁘기나 하다.
[꼬리탕탕] 비인간 존재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살다보면, 인간이 아닌 존재를 느끼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비인간 존재와 한 공간에서 사는 것 역시 누구나 하는 경험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와 한 공간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존재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주의깊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표정 하나, 몸짓 하나, 소리 하나에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을 기울여야 한다. 내가 아무리 잘난 인간 종족이라고 한들, 그 존재는 내가 인간이어서가 아니라 그저 나여서 좋아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토라지기도 하고 화내기도 하며,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기도 하는 온갖 감정들을 고스란히 내게 건넨다. 처음에는 그저 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에 불과했다. 때가 되면 끼니를 챙겨줘..
[꼬리탕탕] 권력의 가면 뒤에는 얼굴이 있을까. 생활이 어려우면 절약을 하든, 무언가를 팔든, 돈을 더 벌든 대책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2009년 4월, 쌍용차는 그 대책으로 직원 7,135명 중 2,646명 감축안을 내놓았다. 경영실적의 악화가 그 이유였다. 그러나 해고의 정당성에 대한 의혹이 계속 제기되었다. 쌍용차 지부는 평택 공장을 점거하여 장기간 파업으로 대응했으나 결국 공권력 투입과 함께 종료됐고, 그 결과 1,666명은 희망퇴직하고 976명이 정리해고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긴 싸움이 시작됐다. 2010년 11월 해고노동자 153명은 법원에 해고무효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결국 2014년 2월 7일 서울고등법원은 원심을 깨고 쌍용차 노동자 해고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물론 그 사이 파업 참가자들은 심..
[꼬리탕탕] 밥짓기 작은 컵으로 쌀통에서 쌀을 한 컵 반을 푼다. 작은 압력밥솥에 쌀을 붓고 손으로 휘휘 저으며 서너번 정도 씻어 뽀얀 쌀뜨물을 버린다. 쌀을 푸었던 컵으로 물을 한 컵 반 넣는다. 압력밥솥 뚜껑을 닫고, 치치포포 소리나는 꼭지를 바로 세우고, 가스렌지 위에 올려놓는다. 가스밸브를 열고, 가스불을 켠다. 가장 강한 불에서 조금 약하게. 3분 정도 지났을까, 압력밥솥 꼭지에서 치치포포 소리가 약하게 나기 시작한다.타이머를 1분에 맞춰놓고 버튼을 누른다. 멍하니 줄어드는 숫자를 바라보는 사이, 치치포포 소리가 점점 커진다. 1분이 되자 타이머에서 띠디디딕, 띠디디딕, 요란한 소리를 낸다. 가스불의 세기를 가장 약하게 줄이고, 타이머를 다시 8분을 맞춰 누른다. 8분동안 밥상을 닦고, 반찬을 꺼내고, 찌개를 데우..
[메모] 밤이 선생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눈앞의 보자기만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에 노비들이 당했던 고통도 현재다. 미학적이건 정치적이건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될 것만 같다." "중요한 것은 학생의 생각이나 의문이 아니라 이미 정해져 있는 문제와 대답의 각본이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모를 것이다.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하면, 사람이 불타면, 사람이 어이없이 죽으면, 사람들은 자기가 그 사람이 아닌 것을 다행으로만 여길 것이다. 그러고는 내일이라도 자신이 그 사람이 될까봐 저마다 몸서리치며 잠자리에 누울 것이다. 그것을 정의라고, 평화라고 부르는 세상이 올 것이다." "우리에게 과거의 상처는 너무 악착스럽고, 미래에의 걱정은..
[꼬리탕탕] 인간으로 태어난 죄. 평등과 자유가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 중 세계인권선언을 전문부터 시작해서 총 30개의 조항을 다 읽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초,중,고를 합쳐 12년 동안 단 한 번도 세계인권선언을 읽어본 적도, 가르침 받아본 적도 없었다. 인권 의식은 타고날 때부터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것이 아니다. 수없이 새기고 새기는 것, 몸에 베이도록 각인하고 익힐 수밖에 없다. 1948년 12월 10일, 국제연합총회에서 채택한 세계인권선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인간의 존재를 뼈아프게 되새기며 선포한 것이다. 다른 조항은 제쳐두더라도 제일 첫번째 조항과 마지막 조항만 늘 기억하고 있어도 인권이 무엇인지, 우리 각자의 일상은 어디로 가야 할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에게는 지극히 당연하게 느껴질, 또 어..